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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선정성보다는 배려를 택한 <암수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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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은 부산에서 실제 일어났던 살인사건의 범인이 형사에게 다른 살인사건도 저질렀다는 자백 편지를 보내고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암수살인’을 밝혀내기 위한 형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화 제목인 ‘암수살인’은 오로지 피해자와 가해자만 아는 즉, 피해자는 죽었지만 아무도 모르고 가해자만이 알고 있어서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사건을 말한다.


미제 사건은 시신이 발견되지만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것이라면 ‘암수살인’은 시신도 발견하지 못해서 오로지 피의자의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사건 해결이 극히 드물다.


당연히 경찰들은 이런 사건을 맡기 꺼려한다. 하지만 실제 부산에서 일어난 암수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형사가 있었고 왜 이 사건을 고집했는지를 영화는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쇄살인범을 다룬 범죄영화는 사건을 재현하고 범인을 잡고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루는데 이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희생자들이 당한 폭력을 자극적으로 전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암수살인>은 이런 범죄 영화와 다른 각도에서 사건을 보여준다. 범죄의 재현보다는 사건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그 본질에 다가가려고 하고 범인보다는 피해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이런 범죄영화가 불러일으키는 선정성보다는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피해자의 연민에 더 집중한 배려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배려는 영화 속 형사 김형민이 재판장에게 피해자의 고통을 말하는 장면에서 영화의 주제 의식이 드러난다.


미제사건들, 이미 지나간 행방불명자 서류들 속에서 단서를 찾는 장면은 진실을 찾으려는 처절한 과정을 보여줘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단번에 나타나지 않는다.


피의자의 말이 거짓말이면 어떡하냐는 질문에 김형민 형사는 “세상에서 나 혼자 바보 되면 그만 아닙니까”라고 말한다. 내가 믿는 그 진실이 설사 아니라면 죽은 피해자가 없는 것이니 다행인 것이고 그러나 진실이라고 믿고 따라가 피해자를 발견하면 그 시신을 가족에게 돌려주는 것이니 그건 인간이라면 해야 할 일 인 것이다. 이런 바보가 있기 때문에 세상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범죄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제작된 <암수살인>은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부분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해자의 ‘왜’에 집중해서 보여줬던 자극을 빼고 ‘그들이 어떻게’에 방점을 찍어 범죄영화의 고정관념을 깨버리니 진실이 보인다.


<암수살인>, 김태균 감독, 2018년 10월3일 개봉, 110분. 15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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