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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용의 뉴스창

【신수용 칼럼】인사검증부실논란, 이젠 끝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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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태종(이세민)때다. 태종은 그간 됨됨이를 눈여겨 본 위징(魏徵)을 인사를 담당하는 재상으로 발탁했다. 


위징은 이른바 임명장을 받고, 그 자리에서 말한다. “결코 충신(忠臣)으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대신 양신(良臣)이 되게 해주세요”


그 뜻이 무엇이냐고 묻자 위징이 답한다. “충신은 황제가 어리석어도 맹종을 합니다. 목숨을 걸고 충언을 해야하는데 충성만 할 뿐입니다. 그러니 황제의 고집과 아집을 이기지 못하고 직언을 소홀히 합니다”


황제가 양신에 대해 거듭 물었다. 그는 “양신은 충신과 다릅니다. 양신은 황제가 나라를 다스릴 때 함께 돕는 신하입니다. 잘못든 길이 있으면 고쳐주고, 고집을 부리더라도 옳은 길을 찾게 합니다. 그런 양신은 자연스럽게 황제를 위해 목숨까지도겁니다”


기록에 의하면 당 태종은 훌륭한 임금으로 적혀있다.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사람 쓰는 일, 세금을 걷는 일, 그리고 전쟁을 하는 일, 정치를 하는 일까지도 신하와 의견을 나눠 결론을 내렸다. 황제는 카리스마도 있었지만 위징 등의 직언을 하면 고쳤다.


연일 고위공직 후보자의 의혹을 보면서 옛 고사들이 새롭다. 양신은 아니라도 고위공직자가 갖춰야할 기본 자질에 실망이 적지 않아서다. 상식 밖의 일들이라 ‘국민을 어찌 보고, 그런 사람을 쓰나’하는 답답함뿐이다. 


청와대가 내정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는 여성에다, 40대, 지방대 출신, 그리고 노동분야의 해박한 전문성 등으로 관심 받는 판사다.


그가 주식거래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의혹은 실망이 크다. 그를 누가 추천했고, 어떤 검증을 거쳐 지명됐는지 궁금하다. 


청문회과정에서 그는 사회적 소수 약자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각오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왜 일까. 우선은 일부 정치권 공세와  국민들이 의혹을 안고 있어서다. 


그중에도 청문회 과정에세 제기된  본인과 배우자가 이테크건설의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관련 재판을 맡고, 이를 포함 35억원 가량을 주식으로만 보유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그가 2013~2018년 일선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무려 376차례, 67개 종목의 주식을 거래했다. 그는 전체 주식의 49%인 17억4천여 만 원어치가 이테크건설 주식이다. 


문제는 그가 작년 10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때 이테크건설의 현장사고 책임을 다룬 재판을 했다. 그때 이 회사 하도급사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의혹이 있다.


그는 이를 부인한다, 또한 배우자가 종목과 수량을 정했지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다. 배우자인 오충진 변호사의 주식투자도 설명이 필요하다. 


그가 2008년 판사 때 아모레퍼시픽 관련 특허분쟁 재판을 맡았다. 그 때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샀다는 점은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이것도 부부는 전면 부인한다.


그러다보니 “판사는 부업이고 재판은 뒷전이 아니었나 싶다”고 정치권이 언중유골의 의혹으로 꼬집고 있다.  법관으로 부적절한 주식거래의혹 뿐만 아니다. 이어 논문 표절, 증여세 탈루 의혹까지 불거졌다.


물론 여야의원들의 지적을 듣고 즉각 문제의 주식을 처분해, 오해를 일부 불식시켜려는 노력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 미래당은 이후보자 부부를 검참과 금융당국에 조사를 의뢰했다.그러면서 대여공세를 높이고 있다.


이에반해 더불어민주당과, 이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했던 정의당은 태도를 바꿔 위법흔적이 없다며 반대하는 야당에 청문보고서 채택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명강행의지를 강력하게 시사한다. 문 대통령은 16일 국회에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청문 보고서 송부 시한인 15일까지 였던 만큼 두 후보자의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재송부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의 주식보유 의혹에 대해서는 대부분 해명이 됐고 결격 사유가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라는 입장이다.


인사청문회법에서는 국회가 시한까지 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를 재송부를 요청하고, 그래도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 임명을 할 수있다.


이 후보자의 주식거래의혹을 보면 지난 2017년 8월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떠오른다. 물론 이미선 후보자 부부와는 다른 점도 있다. 


이유정 전 후보자는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대박' 의혹이 일자 사퇴했다. 


그는 지난달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찰 고발 후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정권 출범초였으나, 인사검증의 부실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지난 3.8 개각 때 지명된 장관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질문제로 두 명이 낙마했다. 또 다른 두 명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도 없이 임명이 강행됐다. 


제대로 이들을 검증했는지 청와대 인사라인의 질타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선 후보자의 경우역시 청와대 인사검증 때 주식거래 내역을 제대로 살펴봤는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고위공직자 후보들의 낙마에 대한 검증 실패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인사 검증라인은 거듭된 부실검증에 책임이 무겁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책임보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체크가 된 것이라느니,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변명이 더 많았다. 


사과나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라, 검증에서 걸려내지 못한 일을 시인하지 않고 되풀이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때 인사 추천· 검증 시스템의 부실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의혹을 파악하고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면 ‘코드인사’이거나 ‘안이한 인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책임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들이 양신인지, 충신인지 국민은 보고 있다. 이제 고위공직자 인사를 놓고 소모적인 정쟁, 그리고 부실 검증을 끝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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