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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명언명상】수상한 조짐(兆朕)과 하인리히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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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兆朕)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보이는 수상스런 신호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 ‘조짐’의 어원은 항해하는 ‘배의 옆구리에 생긴 가느다란 금’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옆구리에 작은 금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눈에 보일 듯 말 듯 가는 금이라서, 어떤 선장은 ‘설마 저 금이 어떻게 되겠나’하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니 저 금이 점점 벌어지면 큰일 날 것이다’라고 겁먹는 태도를 보이는 선장도 있을 것이고,

아예 그런 금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항해에 임하는 선장도 있을 것이다.

조짐이 있는 그런 배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조짐을 보인 배의 운명을 명확하게 알 길은 없을 것이다.

무심코 넘겼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항해를 마치는 배고 있을 거고, 조짐이 점점 커져 바다 한가운데에서 침몰해 버린 배도 있을 것이다.

장차 큰 우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철저하게 틈을 메꾼 선장 덕분에 무사항해를 마친 배도 있을 것이다.

조짐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선장의 판단력과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곧 모든 선원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그래서 조짐의 짐 자(字)는 황제를 뜻하는 짐(朕)이라는 글자로 쓴다.

배의 옆구리에 생긴 가느다란 금을 지도자인 선장이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 배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엄중한 의미가 숨어있는 것이리라.

빅토르 위고는 그 유명한 그의 작품,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에서, ‘큰 실수는 굵은 밧줄처럼 여러 겹의 섬유로 만들어진다’(Les fortes sottises sont souvent faites, comme les grosses cordes, d’une multitude de brins.) 라고 말하였다.

대부분의 큰 사고는 반드시 작은 사고라는 조짐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법칙으로 정형화시킨 사람이 있었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라는 사람이다.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회사(Travelers Insurance Company)의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하인리히는 7만 5천건의 산업재해를 면밀히 분석해 본 결과, 재해가 발생하여 사망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즉,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1:29:300 법칙’이라고도 한다.

하인리히 법칙을 정리하자면,

첫째, 사소한 것이 큰 사고를 야기한다.

둘째, 작은 사고 하나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진다.고 정리될 것이다.

하인리히는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오늘날 하인리히 법칙은 공사 현장의 산업재해는 물론이고, 자연재해 및 사회경제적 위기 등에도 널리 인용되는 법칙이 되었다.

강조한다면,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문제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렇지 못할 경우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을 모범적으로 극복한 유명한 사례가 있다.

9·11테러 당시 세계적인 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보여준 모습이다.

2001년 9월 11일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보잉 항공기 두 대를 납치해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북쪽과 남쪽 빌딩에 연달아 충돌시켜 빌딩이 모두 붕괴되어 세계무역센터 상주 인원 등 수천명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던 사건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고다.

당시 남쪽 타워의 22개 층에는 2700여명의 모건스탠리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북쪽 타워와 충돌하여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갈팡질팡할 때, 모건 스탠리 직원은 모두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피하여 희생자가 거의 없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구축해 둔 세 군데의 임시 근무처에 재빨리 다시 모여 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다.

3천명의 사망자와 6천여명의 부상자를 낸 엄청난 사고에서 있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안전 책임자였던 ‘릭 레스콜라’때문이었다.

베트남 전쟁영웅이던 그는 치밀한 재난대비 매뉴얼을 만들어, 8년 동안 상시적으로 직원들을 상대로 치밀한 훈련을 실시했기 때문이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임직원들은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하는 그의 비상대피훈련에 불평이 많았지만, ‘연봉보다 생명이 우선이다’라며 강행하였고, 그 덕분에 숙지한 행동으로 신속하게 건물을 빠져나와 자신과 회사의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릭 레스콜라’는 안타깝게도 다른 사람들을 더 구하기 위해 층계를 오르다 타워 붕괴와 함께 사라졌지만, 비행기 테러를 예측하는 작은 조짐들을 놓치지 않고 대비한 그의 리더십은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장마철을 맞이하여 자연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크고 작은 불행한 사건사고들이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각각 무엇을 예고하는 조짐들일까?

이 조짐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조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도자들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기간 동안에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조짐이 있다는 것이 하인리히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징후가 있음에도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주위의 조짐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대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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