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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닐 암스트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달 착륙기 <퍼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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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셔젤 감독은 <퍼스트맨>에서 인류 최초로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을 영웅이 아니라 그의 시선으로 우주비행사의 과정을 경험하게 만든 영화다.


영화는 우주복을 입고 비행하는 닐 암스트롱의 시선에 관객의 시선을 얹어 그와 함께 비행을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달에 가는 우주선에서 달의 지평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아이맥스로 확장돼 좋고 흔들리는 우주선은 마치 극장이 우주선이 돼버려 좋다.


<퍼스트맨>은 닐 암스트롱의 시점샷이어서 그가 경험하는 일상의 속도에 맞춰 전개돼 영화의 템포는 느리다.


영화 <퍼스트맨>에서 비행사인 닐 암스트롱은 조종은 잘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내근직을 하는 패널티를 받기도 한다. 어린 딸을 잃어버리고 지원한 우주비행사 면접에서 딸을 잃은 경험이 우주비행에 영향을 줄까요 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그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우리가 아는 우주 영웅 닐 암스트롱은 무결점의 인간이 아니라 이런 결점을 가지고도 끝까지 달 탐험 프로젝트를 밀고 가 성공시켰다.


일상의 작은 잡념도 잘 떨치지 못하는 닐 암스트롱의 예민함은 영화 전체의 속도와 시선과 일치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어쩌면 이는 감독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일상과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에 우주비행사가 되는 과정 속에서 그는 일상적인 삶과 가족을 희생해야했다. 이 희생을 영화는 신파 없이 그저 덤덤하게 그린다.


1970년대 미국과 소련 간 우주전쟁으로 촉발된 달 착륙 경쟁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지 말라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어떤 정당한 이유도 국가는 달지 못했다. 단지 ‘산이 거기 있어 간다’는 말로 대처할 뿐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닐 암스트롱은 왜 우주비행사를 지원해 달을 가려고 했을까?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린 딸을 잃었던 그는 슬픔과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절대 고요의 순간이 간절히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그 순간 영화는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달 표면의 모래가 너무 고운 입자라고 지구에 발신했던 그는 죽은 어린 딸의 팔찌를 고요의 바다에 던진다.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세계를 만나고 나서야 고통의 시간과 공간을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비티>에서 산드락 블록이 딸을 잃고 우주로 갔던 것처럼.


우주선이 발사돼 들려오는 폭발음과 끊임없는 신호음과 교신으로부터 단절돼 대기권을 벗어난 순간 느껴지는 무중력과 절대 고요를 느낄 수 있게 한 그 감각이 좋은 영화다. 특히 달의 지평선을 보여주면서 서서히 달에 착륙해 우주선 밖으로 나온 그 순간 느껴지는 고요는 비록 영화지만 힘든 일상을 잊게 하는 완전히 다른 시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퍼스트맨>  데미안 셔젤 감독, 2018 10. 18 개봉. 12세이상관람가. 1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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