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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뉴스창




박지원 민주 평화당 의원에게 기자들은 ‘박 선배’라고 부른다. 언론을 누구보다 소중히 하는데다, 언론인의 존재를 중시하는 정치인이다. 그의 얘기를 그대로 받아쓰면 그대로 기사가 된다. 적절한 언어구사와 비판에는 이지적이고 냉철함도 있다. 평민당과 청와대 대변인일 때 전국 유력지 뿐 아니라 지방 유력지도 매일 탐독했다. 그리고 나서 “야, 그 기사 좋던데...”,“ 중앙지보다 훨씬 날카롭게 짚었던 데...”라고 말해주곤 했다. 오보일 때도 “ 기사쓰기가 바빴나?, 팩트가 약해”라고 지적도 했다. 그래서 기자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그가 지난주 가진 국회 통일외교분야 대정부질문을 생중계로 보면서 귀를 의심했다. 처음에는 반어법(反語法)인 줄 알았다. 속마음과 달리 겉 표현이 그 정반대인 것을 반어법이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한 정부의 경제 보복 해법을 위해 초당적으로 방일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한 자유 한국당을 평가했기에 말이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저는 이번 처음으로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금까지 비난했는데 아주 잘했다. 대일본 문제는 협력해서 함께 처리하자고 야당도 이렇게 협력하는데 이번에 처리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지일파인 이낙연 총리께서 일본 한번 다녀오라”고 제안했다. 이어 “저도 데리고 가라, 제가 할일 있다는 것 알지 않냐”고 제의하기도 했다.

이 총리도 이 총리는 웃으며 “황 대표도 결심을 해주셨고 정부에 힘을 보태준데 고맙다”고 했다. 이 총리는 “(여당은 물론)야당 의원들도 힘 모아 주신 것에 거듭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말로만 하지 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황 대표에 전화해서 감사하다고 말해 풀어나가자. 건의하시라”고 주문도 했다. 모처럼 보는 국회의 풍경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 이튿날 30대 대기업 총수들을 만났다. 청와대와 재계쪽 모두 이날 회의내용에 대해 유출을 삼간다. 하지만 짐작은 간다. 일본의 ‘치졸한’ 정치보복에 따른 경제 압박에 ‘맞손을 잡자’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다행스런 것은 문 대통령이 일본 아베 수상의 ‘야심’에 흥분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점이다. 발언을 봐도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했다”며 “(일본이)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정도다.

또 “아무런 근거 없이 (수출규제 조치를) 대북 제재와 연결시키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아베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하면서 대북 제재 이행과 연결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했을 뿐이다.

청와대가 보내준 자료를 보니, 눈에 뛴 대목은 사태의 배경에 아베의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베를 자유무역주의로 돌아가라는 말만 해오던 것과 사뭇 다르다. 말하지 않았어도 아베와 자민당이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겨냥, 일부러 한국에 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일본이 수출규제를 들어 북한과 연루시킨 것은 거짓 선전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불화수소가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입증할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불화수소를 이용해 사린가스를 제조하는 것 자체가 누가봐도 무의미하다. 비용 면에서 더 비싼 불화수소를 쓸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이 아베를 향해 가짜뉴스로 상대나라를 음해하는 것은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꼬집은 이유 중에 하나다.

정부도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일본 무역제한 조치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들의 중재역할을 할 대미 외교전도 가동됐다. 통상교섭전문가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김희상 외교부 양자 경제외교 국장도 이 문제로 미국 워싱턴을 전격 방문했다. 두 사람은 백악관, 상하원의 인맥을 접촉해 일본 수출규제발표에 따른 미국의 중재를 요청했다.

이처럼 우리에게 험난한 국내외 이슈들이 즐비하다. 자칫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질지 모를 절박함 속에 있다. 수습이 쉽지 않은 이때 여야 정치권이 힘을 보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유독 여야 간, 야야간 싸움이 많았던 지금의 국회였기에 더욱 그렇다. 산적한 민생현안이 국회 상임위 책상에서 먼지를 날리며 놀고먹었던 한심스런 국회여서 당연함에 놀라는 것이다.

국방, 통일, 통상, 외교, 교육만큼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말아야한다. 선진국들은 대통령이나 수상이 바뀌어도 이것만큼은 축을 옮기면서 바꾸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 정권때 집권층의 야욕에 휘둘렸다. 그런 만큼 이는 정치야욕에 흔들려서도, 야당이 무조건 반대해서도 안 되는 ‘바이블’이 되어야한다. 정쟁과 당리당략이 아니라,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택이 돼야한다. 그게 정치권의 협치이고 초당적 협력이다.

우리는 일제 36년의 세월동안 친일과 항일의 역사를 가졌다. 거기서 값진 교훈을 얻었다. 그간 6.25의 동족상잔의 비극과 폐허를 딛고 일어나 한강의 기적도 만들었다. 4.19, 5.18의 민주항쟁으로 자랑스러운 국가를 이뤘다. 심지어 건국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IMF때 대통령부터 국민, 정치권 모두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한 민족이다. 모두가 나보다 국가를 위하는 대열에 동참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등에 불똥이 떨어졌지만 힘을 모아야 이겨낼 수 있다. 이제 침체된 경제, 정부와 정치권만 탓하지 말자. 국민모두 내가 있는 자리에서 무엇으로 이 위기를 이겨야할지 고민해야 ‘극일(克日)’로 반전된다.

정부는 최고의 정책을 제시해야한다. 정치권은 우리가 무엇을 도와야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지를 찾아야한다. 무조건 찬성,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보완해주고 격려해주는 일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파국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걱정을 정성으로 보답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