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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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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명언명상】벽창호들의 오케스트라


‘벽창호’라는 말이 있다.


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 고집대로만 움직이는 고집불통, 독불장군 같은 이미지가 있는 사람을 벽창호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여기서 벽창호라는 말은 딱딱한 벽에 붙어 있는 고정된 창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런데 벽창호라는 말은 전혀 다른 어원에서 나왔다. 본래는 벽창우(碧昌牛)라는 단어였는데, 벽창호로 바뀐 것이라는 것이다.


벽창우의 벽창이란, 평안북도의 벽동군과 창성군을 의미하는데 이 두 지방의 소가 덩치가 크고 성질이 억세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벽동, 창성 지방의 소처럼 고집이 세고 우둔하며 고지식하여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벽창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벽창우가 참으로 많다. 자신의 고집과 신념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자기의 고집과 신념을 다른 사람과 조화시킨다는 것은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을 변절자니 철새니 하며 비난하는 경우도 많다.


공자는 “군자는 조화를 추구하되 동일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고 했다. 반면에 “소인은 동일함을 원할 뿐,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즉 소인배들은 자기와 똑같지 않으면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똑같은 사람이 되어야 세상이 평화롭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군자는 화이부동이요. 소인은 동이불화(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라는 말은 이 뜻이다.


자기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말을 받아들이는 넉넉함을 갖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많은 사회는 다양하지만 창조적인 사회일 것이다. 창조란 다양함속에서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


그러니 선진국이나 미래지향적인 나라일수록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폭이 넓은 사람이 많을 것이고, 후진국에 갈수록 소인배가 득실거릴 것은 자명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획일적인 사고방식과 원칙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념을 전체주의라 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주의를 개인주의라고 하지만,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는 모두 개인주의적 원칙에 서 있는 나라이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후진국일수록 전체주의와 획일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민주주의는 인류가 역사를 통해 가장 진화시킨 정치형태이기 때문이다.


‘다양 속의 조화’라는 단어를 말한다면 오케스트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케스트라는 각기 다른 40여개의 악기가 각기 다른 음색과 음역, 음계를 가지고 있어서 같은 소리를 내는 악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로 다른 악기에 동화되지 않는다. 같은 소리를 내는 악기가 있다면 오케스트라의 구성원이 될 수가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각기의 악기는 벽창우인 것이다. 이런 벽창우들이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연주해 낸다.


그런데 이런 벽창우들을 조화시키는 것은 각각의 악기 자신들이 아니다. 지휘자라는 별개의 존재다.


지휘자의 지휘가 있을 때 비로소 오케스트라의 벽창우들은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심포니를 연주할 수 있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악기들에게 각각의 고유음을 내기를 바란다.


다른 악기의 음과 같은 소리를 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다양한 화음이 나오길 바라는 것이다.


어쩌면 한 국가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한 국가의 구성원, 즉 국민은 오케스트라의 악기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각자가 각각의 생각과 일을 하면서 자신의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소리가 조화를 이룰 때 한 국가는 유지되고 발전되어 나갈 수 있다. 국민들 각자의 목소리가 조화를 못 이루고 저마다의 소리로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면 그 국가는 삼류 오케스트라처럼 불협화음으로 점철된 소음 덩어리로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듯이 곧 쇠퇴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오케스트라의 운명을 가름짓는 것이 지휘자이듯이, 한 국가의 화합과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벽창우들인 국민들이 개성과 특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면서 서로 조화시키는 어려운 일을 하는 존재일 것이다.


그러니 아무나 명지휘자가 될 수 없듯이, 아무나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명필이 붓 탓하지 아니하고, 명인이 악기 탓을 하지 않듯이, 명지휘자는 연주자 탓을 하기보다 주어진 여건과 연주자들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지도자가 국민 탓을 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대체할 다른 국민이 없는데 국민 탓을 해서 무얼 하겠는가?


보스턴 필 하모닉의 지휘자 벤 젠더는 이런 말을 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는 정작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는 얼마나 다른 이들로 하여금 소리를 잘 내게 하는가에 따라 능력을 평가 받는다.”


우리 사회의 불협화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여와 야, 세대와 세대, 지역과 지역, 진보와 보수...


다들 벽창우들이다.


자신의 고집과 신념 이외에 다른 사람들의 주장과 의견을 받아들이는데 갈수록 편협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적대감마저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로가 서로를 탓할 뿐 타인의 주장을 경청하는 자세도 점점 더 인색해져 가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해결해주어야 할 것 같다.


어느 악기라도 조화가 깨지면 심포니는 엉망이 되기 마련인데 지휘자가 어느 특정한 악기소리만 강조하면 그 음악은 어떻게 되겠는가?


연주자들이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들어가며 자기 악기의 화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각자가 내는 소리를 아름답게 꽃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지휘자의 그리고 지도자의 리더십 아니겠는가?


지도자는 가끔 국민들은 벽창우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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