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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청로 사투리와 5만 서천군민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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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오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여의도 사투리와 5천만 국민화법’이라는 발언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이 쓰는 용어를 여의도 사투리에 빗대어 한 말이다.

 

한동훈 전 장관의 발언에 인용하여 서천군에서도 ‘군청로 사투리’가 군민 사이에 회자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군의회가 2024년 서천군 예산 중 어르신 일본 해외 탐방 예산 등 일부 예산은 군의회와 협의하여 진행한다는 조건부를 달아 승인했다.

 

조건부 예산이란 말은 듣도 보도 못한 말이다. 더더욱 집행부가 군의회와 협의하여 예산을 집행하라니…. 이게 상식적인 용어인가?

 

이제 좀 있으면 공무원 인사도 군의회와 상의해서 결정하라고 할 판이고, 조례를 제정하여 ‘인사청문회’라도 할 참인가 보다.

 

국회나 지방의회는 집행부의 예산에 대한 승인 권한이 있다.

 

집행부가 수립한 예산에 대하여 꼼꼼히 살펴, 불필요한 예산은 삭감하라는 취지의 예산승인 권한이지, 사업을 의회와 협의하여 추진하라는 조건부 승인이란 지방의회의 예산승인 권한 남용이다.

 

의회에서 승인해 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군수의 고유권한이다.

 

군수가 예산집행권을 남용했을 경우 의회는 결산 승인 과정에서 이를 바로 잡으면 된다.

 

또한 예산 낭비 우려 등 불필요한 예산은 삭감하여 국민의 혈세가 올바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의회의 의무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예산승인 권한을 앞세워 집행부와 협의하라는 조건을 단 조건부 예산승인이라는 제도는 없다.

 

이렇게 예산에 의회와 협의하라는 조건을 달게 되면, 의회가 집행부의 고유권한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예산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집행권을 의회가 갖겠다는 의미이며, 3권분립을 표방한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는 의미를 갖게 된다.

 

군민의 일반적인 화법에는 ‘의회의 예산 조건부 승인’이란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군청로 사투리에만 존재하는 희한한 용어이다. 방탄 국회라는 용어가 여의도에만 존재하는 사투리인 것처럼 말이다.

 

2022년 제9대 서천군의회가 구성되고 나서 집행부와 의회 간 불필요한 잡음이 지속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군의원들이 자신만 옳다는 아집 속에 협치를 포기한 상태에서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나 영역 결과를 수용하려 하지 않고 의원 개개인의 성향이나 의사에 부합하지 않으면, 무조건 집행부의 의사는 무시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려고만 하는 것이 9대 군의회의 특성이다.

 

그러다 보니 집행부의 공직자들도 누가 군수인지 몰라 정의와 상식보다는 편안함을 선택하려 하다 보니 그 피해는 군민에게 돌아오고 있다.

 

이제 군의회도 군청로 사투리를 던지고 5만 군민의 화법에 따라야 한다.

 

의회가 가진 권한을 남용하여 조례를 제정하여 군정을 압박하려 하고 조건부 예산승인 등 보도듣도 못한 군청로 사투리를 남발하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보다는 집행부 불신과 비토로 점철된 듯 비치는 군의회의 모습에 군민은 실망을 넘어 체념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내가 옳다는 주관적 판단에 앞서기보다는 남의 의견도 존중해 주고 경청해 주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극한 대립과 혐오 정치에 물든 여의도 정치를 바라보아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무겁기만 하다.

 

그 틈바구니에서 지방정치까지 중앙정치를 답습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에 국민은 실망하게 된다.

 

이 실망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넘어 외면을 낳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새해에는 서천군은 물론 서천군의회가 군청로 사투리를 버리고 5만 군민의 화법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견제와 감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화합과 협치도 자리매김하고 있어야 한다. 군민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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